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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이야기/사랑니

매복 사랑니 발치 이러면 안 뽑고 기다리세요

by 닥터리운 2021. 1. 8.

매복 사랑니 발치 무섭고 싫죠? 닥터리운이 합리적 변명거리를 알려드립니다!

 

지난번 사랑니 발치해야 하는 이유에 이어서 오늘은 발치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사랑니를 뽑아야 하는 경우는 아래 포스팅을 꼭 확인해주세요~

링크 : senior-helper.tistory.com/2

 

위의 글에서 매복 사랑니 발치를 해야 하는지 제게 묻던 친구는 위의 포스팅 설명을 듣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끄덕이다가 불현듯 눈을 반짝이더니 이렇게 물었습니다.

 


Dr.리운아, 웬만하면 사랑니 다 뽑고 남은 인생 걱정 없이 보내는 게 나을 것 같긴 한데.. 오히려 뽑고 나서 문제 생기는 경우는 없을까??


 

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말을 꺼냅니다.

나도 사랑니 일부러 안 뽑은 게 있어 ㅎㅎㅎ

 

기능도 없는 사랑니를 치과의사인 제가 안 뽑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에도 치과대학/치의학대학원 학생들이 보는 "구강악안면외과학교과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구강악안면외과학교과서 제2판 92페이지

 

자~ 금기증이란 한마디로 하지 말라는 리스트입니다. 정리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① 환자가 발치를 원하지 않을 때

엥?? 사랑니 안 뽑아도 된다니 눈이 번쩍!

 

=> 저도 과거에 교과서 금기증 1번 항목이 이것이라서 놀랐습니다.

말 그대로 이러저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환자분께서 원치 않으시면 그대로 둔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사랑니 발치 1편에서 나온 상황이 생기기 전까지 버티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② 치근이 1/3~2/3 형성되기 이전이나 매복치 상부의 골이 과도하게 많을 때

 

=> 사랑니의 치아 뿌리가 아직 다 자라기 전에는 보통 사랑니 역시 위아래턱 깊숙한 곳에 몸을 웅크리고 있습니다.

이걸 뽑으려면 사랑니를 찾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턱뼈를 삭제해야 합니다.

 

사랑니를 뽑기 위해 턱뼈를 일정 부분 삭제하는 건 피할 수 없을 때가 많지만, 굳이 다 자라지도 않은 사랑니를 건드리면 통증도 심할 뿐만 아니라 발치 시 걸리는 시간도 길어집니다.

사랑니가 무서워도 참을 인을 새기며 기다립시다.

 

 

③ 주변 중요한 구조물들의 손상이 예상되거나 과도한 골 삭제가 요구되는 경우

 

=> 살다 보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표현을 가끔 쓸 때가 있습니다.

치과에서는 매복 사랑니 발치가 여기 해당할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래턱 사랑니 근처에는 하치조신경이라는 턱 주변 피부감각을 지배하는 신경이 지나가고, 혀의 감각과 미각을 담당하는 설신경 역시 있습니다.

위턱 사랑니 근처에는 상악동이라는 코 옆의 공기주머니가 있습니다.

 

아래 X-ray 사진을 보면 빨간선은 하치조신경입니다.

주황색은 사랑니인데, 빨간선을 사랑니 뿌리가 침범하고 있거나 빨간선을 따라 사랑니가 누워있습니다.

이 말은 사랑니를 뽑다가 잘못하면 하치조신경을 건드려서 일시적 혹은 영구적인 피부감각 마비 증상이 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다시 설명드리겠지만, 마비 증상이 오면 생활하는데 지장은 없으나 턱 주변을 손으로 만져도 느낌이 안 들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ㅠㅠ 

설신경은 심지어 이러한 X-ray에서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발치 시 조심합니다.

 

X-ray 사진 상의 위쪽 파란색 선이 상악동이라는 빈 공간입니다.

축농증이 심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누런 코가 고여있는 곳이 바로 이 공간입니다.

 

따라서 사랑니의 뿌리가 이 사진처럼 상악동 깊숙이 들어가 있다면, 뽑고 나서 축농증과 같은 증상(누런 코, 두통, 어지러움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빨간선이 하치조신경, 파란선이 상악동 경계

 

④ 대략 26세 이후로서 골의 과도한 무기질 침착으로 치밀화가 이루어진 경우

 

=> 사람은 청소년기 최대성장기를 기점으로, 그 이후에 키는 더 이상 크지 않지만 뼈는 단단해집니다.

사랑니도 마찬가지입니다. 턱뼈 안에서 사랑니와 뼈가 서로 붙어서 발치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26세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30대부터는 나이가 들수록 사랑니를 뽑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찍 뽑는 사랑니가 아픔도 적다!

 

 

⑤ 연령적, 신체적, 정신적 조건이 발치의 과정을 견디지 못할 경우

 

=> 사랑니를 일찍 뽑되, 고등학생 나이 정도는 되어야 멘탈을 잡고 사랑니 뽑기 미션을 수행한다는 의미입니다^^

 

 

추가로 "구강악안면외과학교과서" 제3판을 보면

연조직에 묻힌 무증상, 무병소의 사랑니는 뽑지 않아도 된다

고 개정된 부분이 있습니다.

 

대신 연조직에 완전히 묻힌 건지, 그 외의 우려할 점이 없는지는 치과의사 선생님과 확실히 상의하고 결정해야겠죠?

 

참고로 Dr.리운은 이 중에서 ③번 이유로 사랑니 일부를 뽑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이전 포스팅을 보고 사랑니 뽑을 걱정에 슬퍼하셨다면, 이번 포스팅은 사랑니 발치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치과에 직접 가보는 것입니다.

거기서 위와 같은 X-ray 사진도 찍어보고, 좀 더 정확한 치과용 CT도 찍어보면 치과의사 선생님이 판단을 내려줄 겁니다.

(아니면 Dr.리운에게 댓글로 물어보세요^^)

 


자, 매복 사랑니 발치 마지막 정리 나갑니다.

 

1. 큰 문제가 없다면 고등학생/20대 초중반까지 기다린다

(물론 그전에라도 아프거나 느낌이 쎄하면 치과 가야 합니다!)

2. 방학이나 시간이 날 때 치과에 가본다

3. 치과에서 사랑니 발치와 관련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하치조신경, 설신경, 상악동 등 주변 구조물 고려)

4. 설명을 듣고 동의하면 발치를 한다

5. 초조한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발치가 끝난다

(실제로는 마취를 해서 뽑으므로 통증이 거의 업습니다)

6. 사랑니 발치 후 주의사항을 듣고 꼭 지킨다

7. 인생의 고민 하나가 해결됐다 후훗

 

ps 1. 이미 20대 후반을 지났다면 얼른 치과에 가서 사랑니 뽑을지 결정한다.

(20대가 넘었다고 항상 사랑니 발치가 어려운건 아닙니다!)

 

ps 2. 사랑니를 뽑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겼는데(통증, 충치 등), 주변 중요한 구조물이 가깝다.

=> Dr.리운의 3번째 포스팅을 본다^^(To be continued..)

 

공감과 댓글은 Dr.리운에게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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