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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이야기/사랑니

사랑니 발치 이유 제대로 알려드립니다(feat. 서울대 치과의사 전문의)

by 닥터리운 2020. 3. 26.

사랑니 발치할지 말지 걱정한 적 있으신가요? 치과의사 닥터리운이 알려드립니다!

 

오늘도 진료를 마치고 기쁜 마음으로 퇴근하는 중에 친구에게 전화가 옵니다.

 

"Dr.리운아, 나 치과 갔는데 거기서 사랑니 있다고 뽑아야 한다더라고.. 이거 진짜 뽑아야 하냐?"

 

바깥세상을 보기 위해 성장하는 사랑니들;;

 

이 말을 듣고 저도 문득 과거 기억이 자동 재생되더군요.

 

때는 치과의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기 전인 학창시절.

저 역시도 아래턱의 맨 안쪽 잇몸이 욱신거려 치과를 갔다가 사랑니를 뽑아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하늘이 노래집니다.

이미 몇몇 친구들이 사랑니를 뽑고 아파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볼도 빵빵하게 부어서 각오 단단히 하라는 무용담?을 얘기를 한 터..

 

 

그렇지만 의사쌤이 꼭꼭 뽑아야 나중에 고생을 덜 하다고 신신당부를 해서 결국 위아래의 사랑니를 뽑습니다..

그 통증은 제가 살면서 겪은 통증 중에 Top3안에 들었죠(최고 통증은 언젠가 블로그에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무용담을 앵무새처럼 얘기했다는.. ㅎㅎ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래턱 사랑니는 아파서 뺐다고 해도, 위턱 사랑니는 왜 뽑는 건지 그 당시에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고생을 덜한다라..

과연 이 말이 어떤 의미에서 나온 말일까요?

 

 

자~ 이제 치과대학/치의학대학원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부한 적이 있는 "구강악안면외과학교과서"를 펼쳐봅니다.

 

 

출처 : 구강악안면외과학교과서 제2판 63페이지

 

교과서에서 사랑니와 관련된 부분만(빨간색 네모 부분) 정리해서 설명하면,

 

 

① 급성 혹은 만성으로 치수(=치아 내 신경)가 병적 상태에 있으며 보존이 불가능한 치아

=> 사랑니에 충치 등이 생겨서 치아 내 신경이 손상된 경우 뽑습니다.

대부분의 사랑니는 기능이 없으므로 근관치료(=신경치료)를 고생해서 하기보다는 뽑아서 통증을 치료합니다.

 

 

② 치료가 곤란한 급성 혹은 만성 치주염에 포함된 치아

 

=> 치주염이란 쉬운 말로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상태로, 사랑니 주변의 경우 "지치 주위염(=사랑니 주위염)"이라는 용어로 표현합니다.

사랑니 주변은 양치가 어려운 부위라 지치주위염이 재발되기 쉽습니다.

갑작스러운 사랑니 통증의 제일 흔한 원인이므로 역시 사랑니를 뽑는 것이 좋습니다.

 

 

③ 교합면(=위아래턱의 치아가 맞닿는 가상의 평면)까지 맹출 되지 않은 매복치나 과잉치

=> 보통 위아래 사랑니가 모두 똑바로 나서 맞닿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랑니 위쪽만 조금 고개를 내밀거나 아예 잇몸 아래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사랑니는 기능적인 역할이 없는 것이고,

교과서에서는 나중에 문제될 가능성이 있다면 뽑는 게 좋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④ 완전히 맹출 된 치아나 맹출 과정 중의 치아라도 교정적인 면에서 발치를 필요로 하는 치아

=> 교정치료를 할 때는 치료 계획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치아를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경우 사랑니는 턱 속에 박혀서 방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교정 전에 사랑니를 뽑는 경우가 많은 편이죠.

 

 

하지만!! 이것으로는 사랑니를 뽑는 이유가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사랑니에 충치나 잇몸 염증이 없고 교정을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단지 기능하지 않는다고 사랑니 뽑는 아픔을 참지는 않을 거니깐요~

 

 

그래서 미국 치과의사협회의 사랑니 뽑는 기준을 알아봤습니다.

(제가 미국 치과의사협회 정회원이라서 찾아본 이유도 있습니다 하하하;;)

 

출처 :  https://jada.ada.org/article/S0002-8177(14)60117-3/pdf

 

 

영어라 쭈욱 패스하고 요약을 하자면,

위의 교과서 내용 플러스

 

⑤ 사랑니 기원의 낭종이 발생한 경우

 

=> 낭종이란 액체나 반고체의 물질이 들어있는 주머니 모양의 혹인데,

왼쪽 사진과 같이 사랑니를 둘러싼 공간이 낭종으로 바뀌는 경우가 낮은 확률로 있습니다.

정상적인 경우는 사진 상의 사랑니 주변 검은 타원형 부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방적으로 뽑으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⑥ 사랑니 앞의 치아에 손상을 일으키는 경우

=> 사랑니가 누워서 나서 앞의 치아의 뿌리를 미는 경우,

또는 사랑니 사이에 낀 음식물이 앞의 치아에 충치나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 사랑니를 뽑습니다.

 

 

이렇게 사랑니를 뽑아야 할 경우가 생각보다 많죠?

 

간단하게 정리하면

 

- 사랑니 근처가 충치나 사랑니 주위염으로 아플 때

- 이로 인해 옆의 치아도 약해졌을 때

- 교정 치료 계획 상 사랑니가 없어야 할 때

- 사랑니 유래 낭종이 생겼을 때

- 위아래턱의 사랑니가 서로 맞물리지 않아 기능이 없을 때

 

-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점이 생기기 전에 사랑니를 뽑는 것이 더 큰 불편감이나 통증으로 고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고생 덜 하려면 눈 딱 감고 지금 한번 아프자ㅠㅠ

 

 

 

 

약간의 위안으로 얘기드리자면 사람만 사랑니가 있는 게 아니라 고양이도 사랑니처럼 깊게 있으면 뽑는 경우가 있답니다..

 

 

다음 포스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니를 뽑으면 안 되는 경우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랑니를 안 뽑아도 된다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 기대해주세요^^

이상 Dr.리운이었습니다.

 

 

공감과 댓글은 Dr.리운에게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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